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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치매, 알면 이긴다(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710

온 가족을 어둠으로 몰아가는 '가정 파탄범'치매. 이미 국내에서 65세 이상 노인 30만명이 이 병을 앓고 있어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앙일보는 '정신보건의 날'(4월 4일)이 있는 4월 한달 동안 '국민건강 업그레이드'캠페인의 두번째 주제로 치매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대한신경정신과 개원의협의회(회장 이근덕)와 함께 진행합니다. 기간 중 치매 위험인자.예방법.치매치료 신기술 등 특집기사를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치매환자 K노인(82)은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벽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 생활의 전부다. 감정 기복이 심한 그는 화투만 치면 금세 웃으며 좋아하고 다른 활동은 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반찬 투정이 심했고 며느리는 ''물을 많이 마시면 여기저기 침을 뱉어놓아 많이 안준다''고 했다.
6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한 여자 노인(67)은 고정된 자세로 앉아 손톱으로 방바닥을 긁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표현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입에 집어넣으려 든다. 발병 초부터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며 수발자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최근 인하대 방문사업팀이 그를 돕기 위해 자주 찾아오자 미소로 맞는 변화를 보이고있다.
이것이 과거에는 노망이라고 불리던 고령화 사회 '공공의 적' 치매다.
부산대 간호학과 김정순 교수팀은 최근 부산시 금곡동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4백8명을 조사했다. 이중 치매환자는 45명(11%)이었다.
연구팀은 어떤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리는가를 분석했다. 예상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졌다.김교수는 ''80세 이상이 되면 65세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6.5배 증가했다''며 ''치매 위험도는 뇌졸중이 있었던 사람은 7.6배, 고지혈증(高脂血症)이 있었던 사람은 3.7배, 문맹자는 3.5배 높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진수 교수는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는 치료가 가능하고 증상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해마다 6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의 원인은 밝힐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나 원인이 알려진 치매만도 줄잡아 60가지가 넘는다(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혈관성 치매보다 발생률이 높다.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많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가족중에 치매 환자가 있는 사람이 걸리기 쉽다.
의식을 상실한 뇌 외상,낮은 교육수준,제산제(制酸劑)섭취,고혈압,비타민 B12 결핍 등이 위험인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평균 생존기간은 8년 정도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에게 생기기 쉽다.고혈압.당뇨병.뇌졸중.고지혈증.흡연.심장병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서울중앙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
또 나이가 많거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발생 위험이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잘 걸리고 배우자를 일찍 잃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오랜 독신생활로 인한 고립감, 사업 실패 등으로 분노가 심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불행히도 치매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어 일찍 질병을 발견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조기발견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는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에게 6개월간 투약한 결과 인지 기능이 나아졌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된다는 결과도 나왔으나 병의 진행을 막은 것은 아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치매(알츠하이머병)의 10가지 주의 증상
1.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
2.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 겪음
3. 언어 사용에 어려움
4. 시간과 장소를 혼동
5. 판단력이 감소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자주 함
6. 추상적인 사고 능력에 문제가 생김
7. 물건을 잘못 간수함
8. 기분이나 행동의 급격한 변화
9. 의심·충동적 행동 등 성격의 급격한 변화
10. 자발성이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행동함
※자료: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나는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1994년 11월 5일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자신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81년 저격 사건과 85년 대장암, 87년 전립선암 수술을 거뜬히 이겨내며 올해 91세로 역대 최장수 미국 대통령의 반열에 오른 그지만 치매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현재 LA 근교에 칩거 중인 그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중증 치매 증세를 앓고 있다.
거동도 불편해 2001년 집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골반 골절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부인 낸시 여사조차 알아보지 못해 바깥 나들이는 물론 외부 인사의 초청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레이건의 치매는 필연적 측면이 강하다. 세계적 치매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의대 노화유전연구소 탄지 소장은 치매에 걸릴 위험 요인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연령▶가족력(家族歷)▶머리의 손상▶남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이건의 경우 이들 네가지 요인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
가장 큰 위험요인은 연령이다. 65세를 넘기면 5년마다 두 배씩 치매 발생률이 증가한다. 레이건에게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은 93년, 82세 때다.
두번째로 큰 위험요인은 가족력이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많을수록 자신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 레이건의 모친 넬 여사는 62년 치매로 사망했으며 그의 큰형 네일도 93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레이건의 치매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89년 대통령 퇴임 후 멕시코의 친구 목장에서 승마 중 떨어져 머리를 다친 것이었다.
뇌 바깥에 피가 고인 경막외 출혈이어서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뇌손상은 필연적으로 염증을 유발해 뇌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치매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성이었다는 것도 좋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적어도 폐경 전까진 난소에서 치매를 막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레이건의 마지막 불운이라면 아리셉트와 엑셀론 등 치매 치료제가 97년에야 시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2002-04-02 /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2002-04-04 0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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